36년 일본 생활자가 본 메루카리와 당근
36년 일본 생활자가 본 메루카리와 당근
같은 중고거래인데, 일본과 한국은 왜 이렇게 다를까?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 재미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당근이다.
한국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서비스지만, 일본에서 오래 생활했던 내 눈에는 처음부터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있었다.
“이거 일본의 **메루카리(メルカリ)**와 비슷한데?”
물론 당근이 메루카리를 그대로 모방했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실제로 두 서비스가 직접적인 모방 관계라는 공식적인 근거도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서비스 모두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다른 개인에게 연결하는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두 나라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재미있는 것은 비슷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두 서비스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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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메루카리를 보면
메루카리는 2013년 시작된 일본의 대표적인 프리마켓 앱이다.
지금은 월간 이용자가 약 2,300만 명, 누적 출품 수가 40억 건을 넘는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처음부터 개념은 간단했다.
«“집에 필요 없는 물건이 있다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팔자.”»
예전에는 중고품을 팔려면 중고매장에 가져가거나 주변 사람에게 물어봐야 했다.
하지만 메루카리에서는 사진을 찍고 가격을 정해서 올리면 된다.
구매자는 도쿄에 있든 오사카에 있든 홋카이도에 있든 상관없다.
전국 어디에서든 물건을 찾고 구매할 수 있다.
그래서 메루카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일본 전국을 하나의 거대한 온라인 벼룩시장으로 만든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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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의 당근은 조금 달랐다
한국에 돌아와 당근을 사용해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차이는 **‘거리’**였다.
메루카리는 전국이다.
하지만 당근은 기본적으로 내 주변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물건을 올리고, 가까운 사람에게 판매한다.
그러다 보니 거래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메루카리에서는
«“이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가 중요하다.
당근에서는
«“우리 동네에 이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까?”»
가 된다.
비슷한 중고거래지만 출발점이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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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루카리는 '물건'에서 시작한다
메루카리의 중심에는 상품이 있다.
카메라, 렌즈, 오디오, 골프용품, 낚시용품, 옷, 책, 장난감, 자동차용품 등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거래된다.
특히 전국 단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생활용품뿐 아니라 아주 취향이 강한 물건이나 특정 취미용품도 구매자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물건 → 구매자
를 연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래가 성사되면 배송된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실제로 만날 필요도 없다.
메루카리가 성장하면서 결제와 안전거래, 부정행위 감시 등 시스템을 계속 강화한 것도 이런 전국 단위 거래를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소다. 현재 메루카리는 AI와 사람을 활용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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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은 '사람'에서 시작한다
반면 당근은 재미있다.
물론 시작은 중고거래다.
그런데 거래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물건보다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동에 사시는군요.”
“저도 그 근처입니다.”
“그 아파트 아세요?”
이렇게 대화가 이어진다.
그리고 당근은 자연스럽게
중고거래 → 동네생활 → 동네업체 → 모임 → 알바·구인구직 → 생활정보
로 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당근의 서비스 메뉴만 봐도 중고거래뿐 아니라 동네업체, 중고차, 동네생활, 모임, 알바·과외·레슨, 부동산, 카페 등으로 상당히 넓어져 있다.
처음에는 물건을 거래하러 들어왔는데,
어느 순간 **'우리 동네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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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두 서비스를 이렇게 비교하고 싶다
🇯🇵 메루카리
사람 → 물건 → 전국
🇰🇷 당근
사람 → 동네 → 물건
이 차이가 굉장히 재미있다.
메루카리는 전국의 낯선 사람을 연결한다.
당근은 가까운 이웃을 연결한다.
메루카리는 거리를 없앴고,
당근은 거리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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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만드는 방법도 다르다
중고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신뢰다.
모르는 사람에게 물건을 보내고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메루카리는 이것을 시스템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결제, 배송, 이용자 평가, 고객지원, 부정행위 감시 등 여러 장치를 통해 낯선 사람끼리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말하자면
«“사람을 직접 믿기 어려워도 시스템을 믿을 수 있게 만들자.”»
라는 방향이다.
반면 당근에는 또 다른 신뢰가 있다.
지역이다.
“저 사람도 우리 동네 사람이네.”
이것만으로도 심리적인 거리가 상당히 줄어든다.
물론 당근에도 평가와 안전 관련 시스템이 있지만, 동네라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신뢰 장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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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일본 생활 후 한국에 돌아와 보니 더 재미있었다
나는 일본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다.
그러다 한국에 돌아와 당근을 보면서 생각했다.
“같은 중고거래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발전했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서비스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플랫폼은 결국 그 나라 사람들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진화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전국 어디에 있는 사람이든 필요한 물건을 찾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
이 강력해졌다.
한국에서는
내 주변 사람들과 물건뿐 아니라 생활정보까지 주고받는 공간
으로 발전했다.
물론 이것을 단순하게 “일본인은 이렇고 한국인은 저렇다”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서비스의 성장 방향을 비교해 보면 분명 재미있는 차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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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루카리도 이제 단순한 중고거래 앱은 아니다
사실 메루카리 역시 계속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판매금액을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메르페이뿐 아니라, 메루카리 Shops, 단기 일자리 서비스인 메루카리 Hallo, 기부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메루카리의 규모가 워낙 커지면서 단순한 중고거래 앱을 넘어 **'가치가 순환하는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니까 메루카리도 결국 당근처럼 물건 거래를 넘어 사람들의 생활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출발점과 지금까지의 성장 방향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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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근의 진짜 경쟁력은 무엇일까?
나는 이제 당근의 경쟁력을 중고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고거래 서비스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내 주변에 누가 살고 있고,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라는 지역 기반의 관계망은 쉽게 만들 수 없다.
이것이 당근의 가장 큰 자산일지도 모른다.
중고물건 하나를 팔기 위해 들어갔다가,
동네 사람을 만나고,
동네 맛집을 찾고,
알바를 구하고,
중고차를 알아보고,
모임에 가입하고,
동네 정보를 얻는다.
물건으로 시작해서 사람이 남는 플랫폼.
나는 이것이 당근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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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메루카리와 당근은 무엇이 다른가?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메루카리는 '물건을 중심으로 사람을 연결한 플랫폼'이고, 당근은 '사람과 동네를 중심으로 물건까지 연결한 플랫폼'이다.»
메루카리는
전국화
를 선택했고,
당근은
지역화
를 선택했다.
메루카리는
상품의 다양성
을 키웠고,
당근은
생활의 다양성
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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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씨앗에서 다른 나무가 자랐다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다.
둘 다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다.
«“집에 안 쓰는 물건이 있는데 이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팔아보자.”»
그런데 일본에서는 그것이 전국 규모의 프리마켓으로 성장했고,
한국에서는 동네 사람들의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결국 플랫폼의 성공은 기술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 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편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신뢰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것이 플랫폼의 모습까지 바꾸는 것 아닐까?
그래서 36년 가까이 일본에서 생활하고 다시 한국에 돌아온 나는,
메루카리와 당근을 단순한 중고거래 앱의 비교로만 보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은
일본과 한국의 생활문화가 스마트폰이라는 같은 도구를 만나 만들어낸, 아주 재미있는 두 가지 결과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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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로 마무리한다면
«메루카리는 일본의 '전국 벼룩시장'이고,
당근은 한국의 '스마트폰 속 우리 동네'다.»
같은 중고거래에서 시작했지만,
한쪽은 사람과 물건의 거리를 없앴고,
다른 한쪽은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좁혔다.
나는 그 차이가 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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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첨부사진이 일본의 메루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