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젊은이들에게 이 글이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꼰대들이 많이 미안해..
나이를 먹을수록 ‘꼰대’ 노릇할까봐 걱정이 되죠.
안 그러려고 노력은 하지만, 우리의(80년대 학번)
옛날 그 나이 적 모습과 지금의 젊은이들을 비교하곤 합니다.
그래,
이전 우리 젊었을 적과 지금 젊은이들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러면 멋모르고 젊은이들을 이해 못하고
괴롭히는 일을 피할 수는 있겠다 싶어서죠.
그런데 기억 속을 정리하면서, 어느 순간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습니다.
그저 ‘꼰대’ 짓을 피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80년대 학번 남자들의 특권
386세대..
80년대 학번이면서 남자인 경우,
터무니없는 혜택을 누렸고 누리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당시에는.. 모든 게 뭐같구나였지만…)
그러면서도 그걸 전혀 깨닫지 못하고 온갖 데서 행세를
했었구나 싶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동시대 여성들이나 우리 아래 젊은이들에게
거의 기생하는 수준으로 살아온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를 자랑스레 떠들어대고,
현재를 주무르려는 우리 세대 남자들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과거와 현재, 달라진 대학과 취업 환경
80년대 중반에 대학을 들어간 사람으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대학 가기도, 취직하기도 훨씬 쉬웠습니다.
상고나 공고로 빠진 친구들, 지방 국립대의 우수한 학생들,
널리 분산된 진학 구조. 대학만 가면 기업들이 찾아오던 시절,
학점 안 좋아도, 전공이 무관해도 다 취직이 됐습니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또 예외였죠.
과외와 독립, 지금은 어려운 것들
과외로 한 달 20~30만원은 기본, 많게는 80만원 넘게 벌던 시절.
등록금은 지금의 1/10 수준, 하숙비도 저렴했죠.
이 모든 물질적 조건이 학생운동을 가능하게 한 기반이었습니다.
운동권, 그리고 이어진 혜택
운동하다 수배되고 감옥 갔다 와도 복학 가능, 취업 가능, 시험 가능.
다들 결국 어디선가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오히려 이들을 선호했지요.
이게 어떻게 30년 넘게 이어지는 황금기가 됐는지.
그 화려함의 그림자에는 자리를 빼앗긴 희생자들이 있었겠지요.
지금 대학생들은 아버지 세대의 삶을 도대체 살아낼 수가 없습니다.
아르바이트, 학점, 스펙, 취업 준비…
게다가 살인적인 등록금. 이걸 모두 혼자 감당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정의감 없다”고 말하는 건,
그 자체로 폭력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다 안다’, ‘다 해봐라’고 합니다.
김어준처럼. (비하 아님. 잘하고 있음.) 그러나 그건 공염불에 가깝습니다.
이제는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80년대 학번은 시대가 만들어준 영웅일 뿐입니다.
우리는 누렸고, 지금 세대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니, 함부로 말하지 말자. 위로하고, 함께 고민하자.
그들이 정의롭지 않은 게 아닙니다.
우리는 그럴 여유가 있었고,
그들은 없다—그 차이입니다.
2030 젊은이들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