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타인과의 소통이고, 글은 자신과의 소통이다.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글은 유화 같아서 그 위에 덧칠하며 계속 그려나갈 수 있지만,
말은 수채화 같아서 한 번 망치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말은 무섭고 신중해야 한다.
예전에 유시민 작가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기사 제목은 아마도 “말과 글을 제대로 못하는 이가 조직을 이끌면 망한다” 였을 것이다.
글과 말은 어떻게 다른가?
논리적이고 명료하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 글도 그렇게 쓸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유시민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말과 글은 같은 것이다. 말을 명료하고 정확하게 잘하는 사람은 글도 그렇게 쓸 수 있다.
다만, 말은 글로 치면 초고를 수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발표하는 것과 같다.
초고를 깔끔하게 쓰는 사람이라면 말도 잘할 것이다.
그러나 여러 번 고치고 다듬어서 좋은 문장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말은 글만큼 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이런 말도 했다.
“과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쉽게 읽히는 책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지식인 중에는 글을 어렵게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지식인들이 흔히 빠지는 계급의식 때문일 수도 있다.
문명이 생긴 이후 오랫동안 문자는 소수 특수계급만 사용할 수 있었다.
대중교육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20세기부터 비로소 만인이 문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글을 유통시키는 건 더 큰 특권이었다.”
이제는 그런 문화적 특권의식, 계급의식을 버려야 한다.
21세기 정보혁명의 시대, 여전히 글을 어렵게 쓰는 것이
그런 의식 때문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도 처음엔 글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저 사람들이 이해력이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다.
말하듯이, 생각 나는 대로 글을 썼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내가 가진 대부분의 지식은 책, 즉 글을 통해 얻은 것들이다.
그런 책들 대부분이 어렵게 쓰여 있었기에, 나 역시 그 스타일을 따라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책을 읽고 내가 감동하거나 공감했던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로 전달했다면,
더 쉽고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글로 쓰다 보니 감정보다 설명이 우선되어 결국 어려운 글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1년 전부터는 글을 말하듯 쓰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글이 너무 길어지는 문제에 부딪혔다.
실제로 말로 하면 3분이면 끝날 이야기가,
글로 쓰자면 30분은 걸린다.
조리 있고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읽는 이에게 내 뜻을 전달하는 글을 쓰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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