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단심 애절한 여인으로만 알려진
'직녀'의 실체를 폭로합니다
사진: 고구려 벽화의 견우와 직녀
견우와 1년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하게 된 직녀가,
베를 짜다가 바늘을 지상으로 떨어뜨린 이야기, 알고 계신가요?
외로움에 바늘로 허벅지를 찌른다는 전설은 들어보셨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직녀는 단순히 외모만 뛰어난 게 아니라 지혜롭고 총명한 인물이었습니다.
직녀의 다른 남자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직녀는 하늘나라 선녀이면서도 지상 인간 남자에게 관심이 많았습니다.
견우 역시 지상에서 소를 치던 목동이었죠.
그를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리는 직녀를 가엾게 여긴 옥황상제가
지상으로의 짧은 만남을 허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직녀는 베를 짜는 일도 뒷전으로 미루고,
견우와 밤낮을 함께 지내며 일에 소홀해졌습니다.
결국 옥황상제는 그들을 갈라놓습니다.
그렇게 직녀는 1년을 독수공방 하며 외로움을 달래게 되었죠.
그런데... 직녀가 곽한이라는
또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이는 ‘하늘의 옷은 바느질 자국이 없다’는 뜻으로,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완전무결한 것을 비유할 때 쓰입니다.
이 말의 유래가 바로 직녀와 곽한의 비밀스러운
만남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곽한과 직녀의 천상 연애담
태원(太原)에 살던 곽한은 젊고 잘생긴 청년이었으며,
달빛 아래 정원에 누워 있던 어느 여름날 밤,
향기와 함께 한 여인이 공중에서 내려옵니다.
그녀는 바로 직녀였습니다.
직녀는 곽한에게 "오랜 시간 남편과 떨어져 있어 외로웠다"고 말하며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사연을 털어놓습니다.
이후 곽한과 직녀는 매일 밤 사랑을 나누며 지냅니다.
직녀의 옷에서는 바느질 자국이 전혀 없었고,
직녀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천상의 옷은 바늘과 실로 만들지 않아요.”
1년의 시간이 흐르고, 직녀는 곽한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상제의 명으로 더 이상 지상에 머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죠.
이별의 선물로 곽한에게 칠보 밥그릇을,
곽한은 직녀에게 옥팔찌를 주며 마지막 밤을 보냅니다.
그 후 직녀는 편지로 안부를 전하지만,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됩니다.
같은 해, 직녀성이 빛을 잃었다는 보고가 있었고,
곽한은 직녀를 그리워하다 병이 들고 맙니다.
직녀의 전략적 만남? 우연일까, 계획일까
이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을까요?
아니면 치밀하게 짜여진 전략이었을까요?
직녀는 천상에서 신들의 의복을 담당하는 존재였습니다.
인간 세상을 자주 들여다보며 멋진 남자를 관찰하는 게 취미였죠.
그녀는 곽한이라는 무술을 수련하던 청년에게 빠져들게 되고,
결국 바늘 다섯 개를 일부러 인간 세상으로 떨어뜨리며
임무를 명분으로 지상에 내려옵니다.
그 바늘이 떨어진 사람들은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고,
이 사건을 안 옥황상제는 그녀를 꾸짖으며 명합니다.
“지금 당장 내려가 바늘을 회수하고,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어라.”
이제 직녀는 ‘바늘 찾는 천상 특파원’이 되어 인간 세상을 헤매게 됩니다.
너무 기뻐 주디이가 찢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단순한 베틀 앞의 선녀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 세상과의 연결을
꿈꿔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옥황상제가 챙겨준 물병을 열었더니
병 안에 물이 사라지면서 화살표
모양의 구름이 생겼죠.
이 구름을 쫓아가면 바늘의
행방을 찾을 수 있다.
직녀가 길을 나서자 그 뒤를 동물들이
줄줄이 따라 오먄서. ‘도대체 여기 왜 왔을까?’
동물들의 수군거림이 귀찮기만 한 직녀는
소리를 지죠. (승질 드러운 직녀...)
놀라서 흩어지는 동물들 사이에
오작교를 놓는 까치가 있었는데.
직녀는 알아채지 못하죠..
구름이 물병 속으로 들어가고.
첫 번째 바늘이 있는 곳이죠.
직녀는 창문 틈으로 집안을 살펴보았죠.
한 남자가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의
다리를 쉴새없이 주물렀죠.
직녀는 여자의 무릎에 박혀 있는
자신의 바늘을 발견했고.
직녀가 가만히 손을 뻗자
바늘이 순식간에 그녀의 손안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첫 번째 바늘은 찾았으니
두 번째 바늘을 찾으러 가볼까?
몸을 트는 직녀를 시녀가 잡고.
저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이 남았잖아요!
직녀는 아이를 갖게 해달라는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고.
누런 구슬이 여자의
입 속으로 쏙 들어가게 해주죠.
이제 4개의 바늘이 남았죠.
하나는 늙은 노인의 허리에
그리고 또 하나는 농부의 오른손에 박혔고.
역시 바늘을 찾은 직녀는 노인에게 앞으로
1백 년의 수명을,
농부에게는 기름진 땅을 선물했죠.
‘남은 두 개만 찾으면 천상으로
갈 수 있겠군.’
직녀는 너무 피곤했죠.
길을 안내하던 구름의 속도가 천천히
느려지며 멈춘 곳은 웬 기생 집이었는데.
이미 날은 저물어 서서히 어둠이 찾아들고 있었죠.
바늘이 박힌 곳은 기생의 목이었죠.
직녀가 그 얼굴을 찬찬히 살피니
입술은 부르트고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죠.
여자는 당대의 유명한 기생이었는데.
직녀는 목에서 바늘을 거두고
그 사연을 듣게 되는데..
“말이 막혀서 사랑하는 님을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님이 매일 밤 저를 찾아와준다면
더 이상 바라는 소원은 없습니다.”
직녀가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니,
여자는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
쉬어가기를 간절히 청했죠.
그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났고,
문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투영되었는데.
소원대로 기생의 사랑하는 님이 도착한 것이죠.
직녀의 방으로 연인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새어 들어왔죠.
(가뜩이나 외로워서 열받는데...)
창밖의 달을 바라보고 별을 바라보니
그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고.
직녀도 매일 매일 님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직녀는 눈이 퉁퉁 불도록 울었죠..
마지막 바늘
어젯밤의 쓸쓸함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으니 발걸음이 무거운 직녀.
길을 재촉하는 구름을 여러 번 세워 잡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직녀.
그녀의 울음으로 인간 세상은
한바탕 빗속에 잠기고.
시녀가 직녀를 달래 보죠.
“그만 우세요.
이러다 온통 물에 잠기겠어요.”
마지막 바늘이 있는 곳.
바로 곽한 이라는 자의 집에 도착했죠.
직녀는 깜짝 놀라고 말죠.
(실은 놀란척 한류 드라마에서 배운 연기력
발휘 했다고 사료됨)
자신이 천상의 세계에서 망원경으로
엿보던 그청년이었죠.
가까이 보니 더 멋있다.
직녀는 곽한과의 만남을
운명이라 생각하죠
(운명은 기다리는것이 아니고
만드는 것이다
찍녀 자고전에서 발취)
이때 곽한이 하인에게 활을 가져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왜 그 목소리에 직녀의 가슴이 흔들리는지···.
직녀의 시녀가 그녀를 흔들었다.
직녀는 바늘 찾을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시녀에게 거울을 달라 재촉한다.
눈이 조금 붓긴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아름답다.
(화장 고친 직녀 작업준비)
직녀가 곽한 앞에 나타나자
곽한은 첫눈에 반하고 만다.
이런 곽한을 직녀 역시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시녀의 표정은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직녀의 바늘이 꽂힌 곳은 곽한의 오른쪽 어깨.
바늘을 거두어내니 이제 곽한의
어깨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직녀는 곽한에게 소원을 묻는다.
보아하니 그대는 장수인 듯한데
그대에게 힘을 주면 좋을 것 같다.
곽한은 직녀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힘보다 원하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직녀와
연을 맺고 싶다는 것이다.
당신 어깨에 꽂힌 바늘은 내가 거둬 갈 수 있지만,
만약 그대가 나에게 마음을 뺏긴다면
이번에는 어깨가 아니라
당신 심장에 바늘이 꽂힐 것이다.
이는 아무도 뽑아줄 수 없는 것.
어떤 여인을 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텐데,
그래도 괜찮겠느냐?”
직녀의 말에 곽한이
“내 나라 일을 하는 장부로서 어찌
여인에게 온 마음을 내줄 수 있겠습니까?”
하며 안심하라 한다.
직녀는 속으로 너무나 기뻤지만
소원이니 할 수 없다는 듯
태연한 척 이를 허락했다.
어두운 밤만 되면 직녀는 곽한을 찾아오고,
둘은 사랑을 나누었다.
이들은 이제 마치 부부와도 같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하나 있었으니,
어둠이 가실 무렵 창가에 웬 정체 모를
그림자가 비쳤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매일 반복되는 그림자의 정체에
직녀가 의심을 품었다.
그것은 바로 오작교를 놓는 까치였다.
직녀는 밖으로 뛰어나가 까치를 잡았다.
까치는 직녀의 배신을 견우에게
이르겠다 협박하고, 오작교를 놓지 않겠다 하는데···.
이때 그 동안 들리지 않았던
견우의 망치질 소리가 들린다.
직녀는 갑자기 두려워진다.
‘쿠웅! 쿠웅! 쿵! 쿵···.’
직녀는 견우보다는 천상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 더 걱정이었는데···.
직녀는 눈물로써 까치를 달래기
시작했다. 까치는 직녀의 처지를 생각해서
다시는 인간 세상에 내려오지 않을
것을 약속하라 한다.
직녀는 선의 여지가 없다.
이제 곽한과 이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직녀의 뒤를 밟은 곽한은 헤어짐을
예감하고 절망한다.
직녀가 사라진 후 곽한은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 마는데···.
그만 자신의 활로 까치를 쏘아 죽인다.
그러고는 까치의 깃털을
피로 물들여 머리 장식을 만든다.
직녀는 곽한에게 헤어짐을 고하고, 하늘로 사라진다.
곽한이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진다.
“내 가슴에 이미 당신의 바늘이 꽂힌 것 같소···.”
남아 있는 바늘
칠월칠석은 오작교가 놓이는 날이다.
하늘에서는 서서히 은하수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실상 이 반짝이는 것은 까치의 눈동자였다.
곽한이 선물한 머리 장식을 한 직녀가
오작교 앞에 섰다.
다리는 건널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인간
세상을 바라보았다.
견우가 힘껏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까치들이 재촉을 하고서야 직녀 역시 발을 떼는데···.
한 마리 까치가 비명을 지르며
직녀의 머리 위로 올라간다.
그것은 대장 까치의 깃털인데,
왜 피에 물들어 있지?
안 그래도 대장 까치가 사라져서
행방을 찾던 중이었다.
순간 만들어졌던 오작교가 하늘에서 흩어졌다.
이들은 각자의 성으로 다시 돌려보내졌다.
직녀의 주변을 까치들이 에워쌌다.
직녀는 곽한의 선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태를 무마하지 않으면 곽한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직녀는 까치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했다.
죽은 까치의 넋을 거두어 천상의
새로 다시 태어나게 하겠다.
그리고 내 곁에 두고 살필 터이니
제발 다시 다리를 놓거라.
까치들의 성난 날갯짓이 잠잠해지고,
다시 한번 곽한과의 이별을 다짐한 후에야
다리가 놓였다. 하지만 직녀의 마음은 온통
곽한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하늘을 응시하던 곽한은 다시 은하수가
놓이는 것을 보고 주저앉고 말았다.
천상의 새로 다시 태어난 까치는
늘 직녀의 곁에 붙어 있으니,
직녀는 다시는 곽한에게 갈 수가 없었다.
(철통감시)
그후 직녀는 옷을 만들면서도
손을 찔리는 일이 많았다.
그때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주위를 붉게 물들였다.
인간 세상에서 바라보는 직녀성이
간혹 붉게 반짝이는 것은 직녀가
곽한을 그리워하다 손을 다친 흔적이다.
곽한은 붉어지는 직녀성을 바라보며
직녀의 이름을 외쳤다.
이 소리가 전해질 리 없었으나
직녀의 가슴으로 곽한의 목소리가 밀려왔다.
칠월 칠석은 견우와의 만남이 있는 날이지만
곽한과의 헤어짐이 있던 날이니
어찌 슬프지 아니할까.
그 탓에 칠월 칠석의 오작교는
늘 출렁이듯 흔들렸으니
이는 직녀의 눈물에서 비롯된 것이다.
직녀의 바늘
직녀가 정말 모든걸 포기 하고
베만 짜고 있을까요...?
바늘 한상자를 옥황상제 몰래
인터넷으로 구매를 했다는 소문이..
직녀는 다 게획이 있는것 같네요...
※ 본 글은 《영괴록(靈怪錄)》 중 '곽한(郭翰)' 편과
본인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콘텐츠입니다.
유튜브도 운영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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